우주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 신기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 - #1 도입
기적같은 일이다.
나는 지금 당신과 "글" 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수백 년 동안 발전해 왔기에,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방식은 여전히 경이롭고 특별하다.
많은 탐구자들이 자신이 아는 바를 글로 남겨, 다른 이들에게 전해왔다. 이 과정은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깊은 지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나 역시 이 방식으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우리가 다룰 주제가 매우 흥미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우주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이 놀랍도록 규칙적인 세상을 이해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왜 해는 매일 뜨고, 시간은 흐르며, 모든 것이 마치 규칙을 따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걸까? 우주는 왜 이렇게 작동할까? 모두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오를 때가 있다. 보통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일부 탐구자들은 이 질문에 매료되어 더 깊이 생각하고 답을 찾아 나선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고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
왜냐하면 어느 것이 바른 길인지 애초에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를 잘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이성과 언어를 가지고 이 문제를 파고 드는게 과연 적절하기는 한가? 이렇듯 더 파내려가면 갈수록, 본질적인 것들을 묻는 질문들이 범람하게 되고, 도대체 알 수 없는 것들로 이 탐구의 여정 가득차게 되는 것이다.
물론 조금더 직접적으로 이 진리에 대한 갈구가 인도하는, 진지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탐색하는 일이다. 우주의 작동이라는 방면에서 가장 대규모로, 그 맥락이 끊기지 않고 열심히 해왔던 것은 지금은 지배 관념이 되어버린, 물리학과 수학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이다. 이미 세상의 원리에 대해서는 인간들 사이에 오랫동안 수 많은 설이 있었지 않았던가. 귀신이나 영혼도 가끔씩 등장하는 이 원인 규명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는 진지하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논리를 기준으로 논쟁해오고, 결국 가장 승리한 집단의 도구가 바로 물리학과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의 역사 자체는 수천년을 바라보지만, 제대로 발전해서 대중에 유명해진 것은 오히려 몇백년 되지도 않는다. 수학은 문자와 함께 탄생되지만 체계를 제대로 잡는데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고, 이 체계가 필요한 물리학으로서는 발전 기간이 사실 더 짧다. 그러나 이 이를 테면 물리학과 수학보다 훨씬 더 오래된, 우리가 만들어 입는 옷의 옷감짜기나 인간의 언어 같은 것과 비교해보자면, 이것들은 현재 세상을 압도하고 있으며, 예측력을 입증해왔다. 수많은, 그다지 일관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던 가설들을 물리치고, 이를테면 컴퓨터를 만들어 냈으며, 원자폭탄 같은 상상할 수 없는 큰 힘으로 과시하면서, 이미 널리 다수의 집단에 인정받았다. 다른 어떤 방식도 수학과 물리학만큼 우주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여러가지 비과학적인 예측과 가설을 내세우다가도, 미래를 정확히 그려햐 하는 상황이 오면, 통계학이나 과학에 의존한다. 이제 전염병이 발생하면 더이상 굿을 하지 않는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한다. 그리고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업들은 모두 과학의 결과를 가지고 신기술을 개척해나간다. 그렇게 현재, 이 두 학문은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세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가장 신뢰받는 도구다.
그래서 대략 현대의 우리를 둘러보면, 종잡을 수 없는 우리의 이성과 함께, 여러가지를 예측하는데 가장 성공한 과학(특히나 물리학이나 수학)이 우리 주변에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것들이 대체 이 잘 작동하는 우주와 어떻게 관계가 되고 이것들을 이해해 나갈 수 있는지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우리가 미신의 세계에 있었을 때처럼 과학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없다. 끝나지 않은 결론에 있어서, 우리는 계속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접근 방식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