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정보수학

우주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 신기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 - #2 준비 본문

카테고리 없음

우주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 신기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 - #2 준비

대칭,무한,랜덤 그리고 프로그래밍 2024. 12. 8. 14:18

 우리가 처음 고민해야 할 점은, 이 주제를 다루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살펴보자.

 

1. 우리가 이해하려는 그 작동 안에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의 작동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이 작동을 이해하려고 한다. 문제는 우리의 이해의 끝이 결국은 이 작동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세상에서 살고 생각하는 우리가 그 안에서 이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해를 해야 하는 대상과 이해를 하는 주체가 같이 얽혀있다.

 

 무언가를 이해하려면, 그 밖에 서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야만 전체를 바라보며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통상의 주제를 다루는 객관화된 방식이다. 외부의 형식적으로 검증된 체계에서 어떤 것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러면 방해받지 않고 그것을 환원해서 정리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어떤 것의 안에서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우주와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우리가, 다른 곳이 아닌 그 안에 존재한다. 그 밖을 볼 수 도 없다. 예를 들어 보자면 게임 안의 캐릭터가 그 게임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과 같다. 그런 것이 가능할까? 게임을 창조해낸 인간이 보기에는 보잘것 없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가 어떻게 이 게임 전체를 이해하겠는가. 통상 그럴만한 지혜를 부여 받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저 주어진 로직을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닌가? 도대체 이 게임 캐릭터가, 게임 자체를 어떻게 이해한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없지 않는가.

 

 물론 통상의 게임 캐릭터들은 그 게임 세계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게임제작사가 그럴 메카니즘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우주 안에 존재하는 인간은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처한 제약 상황은 게임 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질문을 좀 바꿔보자면 이렇다. 인간은 과연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 우리의 직감은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이성은 자기 스스로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이 없다. 우리는 이 우주의 밖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가, 주어진 우주라는 어떤 규칙으로 구성된 시뮬레이션 하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 시뮬레이션의 바탕에서 이 우주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주의 밖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명확하다면, 더이상 갈 곳은 없다. 그저 이 우주의 지성체라는 인간이 이 우주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를 가정해야 하고, 얼마나 보편적인 설명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지 논의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은 없다. 하지만 지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밖이 아닌 그 안에서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는 자명한 상황이다. 우리의 이해는 이 세계의 작동과 우리 스스로의 이성이 작동하는 방식에 제한 받는다.

 

2. 이해를 위한 관측이 본질적인 한계를 갖는다.

 

  우리는 우주를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원하는 스케일로 관측할 수 없다. 전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 자명하다. 지금의 이성적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기록을 보유하는 영역이라고 해봐야, 수백년의 시간과 적당히 크고, 또 적당히 작은 스케일이 범위가 전부이며, 나머지는 남겨진 잔여 기록들을 통해 유추해 보는 것이 전부다. 태초에 대해서 온갖 설이 난무하는 이유는 실제로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남겨진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그 파생된 결과물이라고 짐작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각자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다가 모든 것이 펑하고 생겨난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일관성이 없게 조작된 것일 수도 있지 않는가?

 

 따라서 모든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주 안에서의 이성은 그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를 기대할 뿐이지, 완벽에 다다를 수는 없다. 탐구는 여기서도 한계가 명확하며, 그래서 끝나지 않도록 운명지어져있다. 이러한 관측에 제한은 이미 플라톤의 동굴 우상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동굴안의 죄수는 그림자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고, 그것이 관측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닌가. 조금만 고민해보면 이 영원한 정보의 부족과 검증의 불가능성은 금새 우리가 갖는 환경이라는 것이 분명해보인다.

 

3. 우리의 도구는 논리와 수학이다.

 

 세번째로 인지해야 할 것은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갈 도구가 논리와 수학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주에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고, 절대적이라면 어떤 근간이 있는가에 대해 탐구하며 그것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다. 언제라도 결론이 바뀔 수 있지만, 어떤 절대적 근간이 시간에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면, 여전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다.

 

 논리와 수학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보자. 우주를 설명함에 있어서 그 작동하는 방식이 어떤 상태에서, 다른 어떤 상태로 변하는 것이라고 가정했을때 가장 극단적인 규칙이 없는 형태는 무엇일까? 바로 절대적인 임의성의 세상이다. 이런 세상은 불규칙한 전파를 통한 TV스크린 속의 노이즈처럼 보일 것이다. 상태 변화간에는 어떠한 개연성도 없다. 무한의 상태가 있고 무한의 전환이 있고 이것들 간의 끊임없는 전환이 전부이다. 노이즈에서 노이즈로 어떤 전환이든 가능한 완전히 랜덤한 상태와 전환의 조합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상태는 그 이전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 처럼 보인다. 공은 던져지면 날아가다가 떨어진다. 전혀 임의적이지 않으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임의적이라면 규칙이나 계산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 세상은 어지간히도 예측을 할 수 있다. 포를 조준해서 쏠 수가 있다. 임의적인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우주는 TV스크린속 노이즈가 아니다. 정해지고 예측 가능한 영상이 보인다. 분명히 이 영상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는 전환 규칙이 존재한다.

 

 이는 임의성을 벗어난 어떤 규칙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그것은 어떤 규칙이며, 어떤 체계로 움직이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우리에겐 이러한 작동을 매우 정확한 정량적인 수준에서 기술할 수 있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논리가 존재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